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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은, 본문
'꽃샘'이라는 예쁜 이름에 감췬 가시가 나온 것처럼 이번 추위도 사나웠습니다. 지난 감기 후로 감기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서 좀 춥다 싶으면 바깥 출입을 자제했습니다. 며칠만에야 포근해진 날씨에 운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운동이래야 역시 2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를 걷는 것입니다. 그나마도 주변 경치를 못본 채 열심히 걷기만 하는게 싫어서 느긋하게 걷습니다. 땀한방울 제대로 흘리지 않는 산책 같은 운동이라도 제 나름의 코스가 있습니다. 그 시작하는 곳에 비닐하우스들이 있습니다.
비닐하우스들은 좀 흉물스럽습니다. 그런데 그 곁을 지나다보니 향기가 납니다. 지난 번에도 몇번이나 느꼈었는데 그 속에 꽃들이 있나봅니다. 흉물스러움과 향기는 어울리지 않는 듯합니다. 그러나 꽃을 품고 있으면 향기는 배어나올 수밖에 없나봅니다. 매우 향기롭습니다. 그리스도인도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의 심장에 흐르는 그리스도는 내 모습에 상관없이 배어나올 수밖에 없는거죠.
그렇게 그 곳을 지나다보면 한적한 곳들이 나옵니다. 공사를 잠시 쉬는 듯한 도로 공사장도 나오고 논도 나옵니다. 개울도 나오고 쓰레기더미들도 있습니다. 이젠 영업을 하지 않는듯한 식당들도 있구요.
그런데 오늘 요 며칠간 제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풍경들이 있습니다. 앙상한 나무들과 쓸쓸한 논들이 그것입니다.
사진이 잘 안 보일 것 같습니다만, 휑한 겨울이 느껴지시나요? 잘려나가 벼의 밑둥과 겨울바람에 말라버린 꽃송이들, 푸석해서 생명의 기운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나무와 가지들. 하지만 이 나무들에도 풀들에도 꽃이 다시 피고 초록이 물들겠죠. 현재의 가능성 없어보이는 것이 모두가 아닌 것이죠. 뿌리가 있으니, 그 뿌리에 생명이 있으니 온 나무에 생명이 돌겠죠. 움을 틔우고 순을 돋기 위해 지금도 처절한 몸부림들이 있을 것입니다. 봄이 기대가 됩니다. 온 세상을 덮을 향기와 색들이 기다려집니다.
아마 하나님도 우릴 그렇게 보실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뿌리를 대고 있으면 우리에겐 생명이 있습니다. 힘겹고 희망이 없어보여도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죽은 듯이 보이는 것과 죽은 것은 다릅니다. 우리 안에 생명의 하나님이 있다면 우리 삶은 살아나고야 말 것입니다. 아니 이미 살아있으니 여전히 살겠고, 그 삶은 때가 되면 매우 커지겠죠. 겨울을 극복한 나무들처럼. 봄처럼. 하나님은 우리의 삶에도 그렇게 기대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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