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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다녀왔어요 본문
어제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화정, 원당에도 잘 나가지 않게 된 터라 서울 나들이는 꽤 용기를 내야만 했습니다. 귀찮더라구요. 제가 그런 마음을 아는건지 대중교통도 강력한 반격을 했습니다. 좌석버스를 타고 역삼역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20분이 걸렸습니다. 러시아워 때와 비교한다면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예상보다 너무 막혔습니다. 게다가 약속시간까지 못 갈 것 같아서 마음이 초조했기 때문에 혼자 엉덩이를 덜썩이며 안절부절해야만 했습니다. 서울은 별로 살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고양이 좋아요.
버스에 내려서, 지하철 타고 내려서 매우 열심히 달려서 그리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 날은 정말 많이 달려야만 했습니다. 사랑의교회 부목사인 친구 K를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었습니다. 저보다 한 살 어리지만 본받고 싶은 면이 참 많은 친구입니다. 대학 때부터 글도 잘 쓰고 성실한데다 파이디온, 총신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실력까지 갖추게 돼서 미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친구와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복도를 오가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친구를 알아보고 인사를 합니다. 괜히 저마저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친구의 수준에 걸맞게, 없어보이지 않게 행동하려는 제가 느껴진 것입니다. 제 안의 허영이 고개를 드는 것 같아서 혼자 쓴웃음을 지어졌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드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자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 곁에 다니던 제자들은 더했을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전국구 유명인사에 죽은 사람도 살리고 오병이어, 칠병이어 기적을 막 일으키는 인물이 스승이니, 곁에서 의전하는 제자들은 얼마나 목이 곧아갈까요. 내면의 욕망에 젖어 변화하는 자신을 제대로 성찰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 초라하게 여겨질 것입니다. 그게 뭐 별거라고.
비싼 건물인만큼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본당은 예술이었습니다. 6500석이라는데 강단에서 사방 모든 곳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정교한 설계의 위업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의교회에 대한 여러가지 말들이 많지만 그건 사랑의교회 공동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니 저는 신경을 끄리고 하고 사진만 하나 담아왔습니다.
그리고 국제제자훈련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제가 매달 큐틴(Q-teen)이라는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게 있습니다. '날마다솟는샘물(날샘)' 큐티집이 장년용이라면 큐틴은 청소년용 큐티집입니다. 날샘 10주년을 맞아 그간의 글들을 모아 특별 단행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말씀에 빠지다'라는 책입니다. 날샘 글에다 제 글들이 함께 실리게 된 것이죠. 그것 때문에 저작권 관련해서 편집장을 만나러 갔는데, 거기서 반가운 인물을 만났습니다. 8년여 전 암투병 중에도 휠체어를 타고 나와서 강의를 하시던 모습이 선한데, 이제 이 땅에서는 만날 수가 없게 돼버린 분이죠.
옥한흠 목사님께서 절 보시는 표정이 썩 밝질 않네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옥목사님 신으시던 신발과 설교노트 등의 유품이 단촐하게 전시돼 있었습니다. 가슴 한켠이 아련하달까요.
그렇게 서울 나들이를 하고 오는 길에 난리를 쳤습니다. 3호선을 타면서 반대방향으로 가는 걸 타서 다시 갈아타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가 됐습니다. 그나마 여유롭게 출발해서 다행이었습니다만 또 바보같은 짓을 하고야 말았네요. 삼송 다음 역이 원당인줄 알고 내렸더니 원흥역이었습니다. 다시 지하철을 기다려 원당에 오니 3시 47분. 4시까지 가야할 곳이 있는데. 결국 원당에서 1단지까지 뛰었습니다. 간신히 세이프했지만 정말 죽을뻔했습니다. 어제 바로 예수님하고 옥목사님 만날 뻔했네요.
환경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엇을 보고 누굴 만나고 무슨 생각을 하는가. 무엇에 익숙해지느냐에 따라 생각과 삶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화려함과 거리가 멀고 수수하더라도 더 겸손하고 더 만족하며 인생의 바른 목적을 향해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그건 참 좋은 환경이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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