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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체

마당노리 2014. 12. 30. 18:35

사역을 처음 시작하던 무렵, 믿음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었습니다. 

#1. 지금은 어쩌면 결혼을 했을 지도 모르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참 예쁘고 착하고 교회 생활에도 열심인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아무도 날 안 좋아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무도 날 안 좋아해'라니. 이런 문어체적이고 낯간지러운 표현을 썼던 것이죠. 그런데 그 이후로도 꽤 여러번 그런 말을 하는 걸 봤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서글픈 가족 환경이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작은 공장을 운영하셨는데 늘 바쁘셨습니다. 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정신지체 장애가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늘 동생만 신경쓰는 것 같았습니다. 그 아이야 혼자 워낙 잘 하니까 신경을 안 써도 잘할거라 생각했었나봅니다. 아이는 그게 서운했겠죠. 학교를 갔다오면 나머지 모든 시간은 동생을 봐야만 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에게는 꽤 무거운 형벌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동생은 TV를 독차지했습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데, 필이 꽂히면 같은 프로그램을 하루에도 수십번 틀어버리는 것이죠. 부모님은 밤 늦게 오셔서도 동생만 찾으니 아이의 정서가 제대로 자랄 리가 없습니다. 그런 이유들로 아이는 교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더 골몰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치만 친구들과 틀어지면 조건반사처럼 아무도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죠.

#2. 비슷한 시기에 겪은 일입니다. 이번엔 꽤 연세가 많으신 분입니다. 자녀가 이미 결혼적령기에 들어섰고 당시 직분에서 은퇴할 시기가 됐으니 대략 가늠이 되실 것입니다. 그 분은 딱 보기에도 있어보이는 분이었습니다. 신앙 생활도 매우 열심히 하시는 분이었고 모든 면에서 빠지는 것이 없는 분이었다고 기억이 됩니다. 친구들도 많았었던 것 같구요.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 분과 대화가 길어지면 사람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처음엔 끝까지 저만 남는 경우가 많아서 다들 바쁘신가했죠. 그런데 저와 그 분만 남겨두고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들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이런 맹추 눈치 없는 전도사였던거죠.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분이 이런저런 재미진 얘기를 하시다가 최종적으로는 자녀들의 돈자랑으로 얘기가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몇번이야 들어주지만 몇십년 함께 신앙생활 해왔던 분들은 지겨울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돈'이었나봅니다. 신앙생활 열심히 하더라도 돈이 없으면 신앙이 온전치 못한 것이고, 신앙이 좋으면 물질적 풍요가 반드시 따른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돈을 버는 재주가 없는데다 돈을 규모있게 쓰는 법도 제대로 못 배웠습니다. 너무 어릴 때 부모님의 손을 떠나서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유가 무엇이든 저는 꽤 가난한 시간들을 보내왔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마음 졸이며 지냈던 시절들이 많습니다. 예배에 가고 싶어도 평일의 예배는 짬을 낼 수 없었고, 주일예배 때는 졸음과 사투를 벌이기가 일쑤였습니다. 혼자 외로운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정서적으로 건강하지도 못하고, 돈이 없어서 힘든 시기들을 보낸 저는 신앙적으로 참 균형되지 못한 삶을 살아 온 것이죠. 종합병동이군요.



신앙은 삶입니다. 예배당에 머물 때 신앙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일상에서 만나는 선택과 갈등의 지점에서 말씀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개인의 신앙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그의 삶이 균형있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삶의 불균형은 신앙이 건강하게 자라는데 저해가 됩니다. 

신체.

정서. 

관계.

재정.

영성.

지성.

이 전체를 포괄적으로 신앙이라고 하고 영성이라고 합니다. 각 부분이 '건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공동체는 지체들이 건강하게 되도록 함께 관심을 갖고 애써야 합니다. 모든 예배에 안 빠지는 사람, 봉사 열심히 하는 사람, 기도 열심히 하는 사람... 이것이 건강한 신앙의 척도가 아닙니다. 

마당넓은교회는 '종교활동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는 '예수 안에서 전인격적으로 회복되는 사람'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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